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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r 대로 1935

대로 1935

중국의 제 2세대 감독 손유의 34년도 작품. [대로]는 도로 건설 현장에서 막일을 하는 노동자 진거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바위를 깨고 산을 뚫어 길을 닦는 혹독한 노동 현실에 놓여 있지만, 고통스러워하기 보다는 그것을 소명으로 여기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청년들이다. 정의롭고 근면 성실한 ‘프론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은 실직을 밥 먹듯 하지만 함께 있어 노래하며 일할 수 있는 건전한 정신과 육체적 활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주플롯으로 삼은 덕택에 계몽 영화적 성격이 지배적이지만 거기에는 청년 노동자들과 처녀들의 우정과 사랑, 연대를 강조하는 청춘 영화의 기운도 실려 있다. 그리고 후반부, 민족반역자가 내미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기꺼이 고문을 선택하는 장면에서 민족적 항일 영화의 색채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윤리적, 교육적 가치전달을 우선시하는 당대 중국영화 주제 의식에 민족적, 이데올로기적 특성이 부가된 결과다. 일본의 공습으로 몰살당하는 결말도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곧바로 이어지는 진짜 결말은 ‘그들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생존자의 믿음에 따라 혼령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투쟁하자, 건설하자’며 노래 부르며 일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죽음조차 넘어선 그들의 소명 의식에서 당대 중국 영화의 교조적 강박과 중국 사회의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시종일관 즐겁고 유머러스한 활기를 띠는 이 영화는 당대 중국이 처한 어두운 현실조차도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무성영화의 청각적 단조로움을 몇 개의 뮤지컬 코드와 코믹한 효과음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가능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은 1930년대 상하이 영화계를 주름잡은 조선인 ‘영화황제’ 김염의 모습을 보는 일일 것이다. 내내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어떻게 중국 대륙을 사로잡았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강소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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